2004. 11. 『하바드 옌칭 한국관 자료 연구』, 경인문화사


한국의 전자도서관과 전자책 출판*1)


김    현**1)



  오늘날 학문 연구자들 사이에서 컴퓨터 네트워크는 의사소통의 수단일 뿐 아니라 연구 자료를 획득하는 전자도서관(Digital Library)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도 이 점에 있어서 예외가 아니다. 한국은 2002년까지 약 1200개의 공공 DB1)와 2100 여 개의 민간 상업 DB2)가 정보 네트워크를 통해 서비스되는 것으로 조사되었는데3), 이 가운데 공공 DB의 대부분과 민간 상업 DB의 5-10% 정도가 교육, 학술 분야의 전자 도서관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한국의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에서 공급하는 데이터베이스 가운데 한국의 고유한 문화와 역사를 소재로 하여, 해외의 한국학 연구자들에게 참고가 될 만한 것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1. 전자도서관의 발전 배경


  한국에서 전자도서관이 단기간에 급속히 발전하게 된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한국 정부에 의해 정보 통신 산업이 국가적 전략 산업으로 추진됨으로써 인터넷을 통한 정보 이용 환경이 세계 최고의 수준에 도달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2001년부터 인터넷 이용자의 수가 전 국민의 50%를 넘어섬으로써 인터넷 이용율이 노르웨이, 스웨덴에 이어 세계 3위에 올랐으며, 초고속 통신망(very high speed communication network)의 보급률은 세계 1위에 도달해 있다.4) 한국에서 정보 통신 인프라가 이렇듯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좁은 지역에 많은 인구가 밀집해 있는 지리적 요인이 한 이유이다. 하나의 초고속 백본 네트워크를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어서 통신 시설 투자에 따른 수익성이 높기 때문에 네트워크 설비에 대한 투자가 촉진된 것이다.

  그러나 정보 통신 인프라가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다고 해서 정보 이용율이 저절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정보 콘텐트의 생산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사실상, 1990년대 후반까지 한국은 컴퓨터 하드웨어나 네트워크의 보급 수준에 비해 정보 콘텐트의 규모는 매우 미미한 수준이었다.5) 한국에서 정보 콘텐트의 양이 비약적으로 증대되게 된 데에는 또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다.

  한국은 1997년도 후반, 한국인들이 “IMF 기간”이라고 부르는 경제 위기를 경험하였다. 한국 국내의 외환 보유고가 급격히 떨어져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으로부터 거액의 차입금을 들여와야 했던 것이다. 환율이 급등하고 수많은 기업들이 도산하였으며 실업자가 늘어났다. 이 시기에 한국 정부는 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해 여러 가지 정부 주도 사업을 추진하였다.  실업자들을 고용하기 위한 노동집약적인 사업 중의 하나로 추진된 것이 바로 “공공정보화근로사업”(IT New Deal Project)이라고 불리는 정보 콘텐트 개발 사업이었다.

  정보통신부가 주도한 이 프로젝트는 공공기관에서 대규모 정보 콘텐트 개발 계획을 세우고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고학력 실업자들을 임시직으로 채용하여 데이터 입력 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것이었다. 1998년부터 2년간 2천9백70억원를 투여한 이 사업은 7만 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였으며, 186 개의 대규모 정보 데이터베이스가 개발되었다.

  정보 통신부는 공공정보화근로사업의 성과가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판단하고 2000년부터 이 사업을 “지식 정보자원 관리 사업”(Knowledge and Information Resources Management Project)이라는 이름의 후속 사업으로 개편하여 2002년까지 1천50억 원의 정보 콘텐트 개발 자금을 추가로 투입하였다.  이와 함께, 문화관광부, 교육인적자원부, 과학기술부 등 다른 정부 부처에서도 정보 콘텐트 개발 사업을 경쟁적으로 추진함으로써 한국의 디지털 학술 문화 정보 콘텐트의 규모는 5-6년의 짧은 기간 동안에 비약적으로 증대되었다.


  2. 공공 분야의 학술 정보 데이터베이스


  2-1. 국가전자도서관(National Digital Library)


  한국에는 약 400여 개의 공공 도서관이 있는데, 이 공공 도서관의 대표기관은 국립중앙도서관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의 주 기능은 한국 국내에서 출판된 도서를 수집 소장하는 것이지만, 1997년에 정보통신부의 지원으로 “국가전자도서관망사업”(National Digital Library Construction Project)에 참여하면서부터 디지털 콘텐트 서비스 업무를 시작하였고, 1998년 이후 공공정보화근로사업 재원이 투여되면서 디지털 콘텐트의 양이 비약적으로 증대하였다.

  국립중앙도서관의 대표적인 디지털 콘텐트는 이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문화재급 고서 및 희귀서 데이터베이스로서,  68,896 책의 서지 사항목차초록텍스트로, 10,244,750 면의 본문은 디지털 이미지로 제공하고 있다. 그 외에 대한제국 시대(1894-1910)일제시대(1910-1945)에 간행된 정부 문서를 수록한 관보 데이터베이스(164 책, 186,553 건), 1945년 이전에 간행된 신문 기사를 수록한 구 신문 데이터베이스(361 책, 1,064,482 건), 1950년 이전에 간행된 잡지 기사를 수록한 연속간행물 데이터베이스(3,036 책, 179,000 건), 1945년부터 1997년까지 간행된 주요 학술 도서의 원문 데이터베이스(139000 책, 43,000,000 면) 등이 이 기관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주요 데이터베이스들이다. (http://www.dlibrary.go.kr/NCL/)

  국립중앙도서관의 디지털 콘텐트는 조선시대에 간행된 고도서나 1950년 이전에 출판된 자료에 집중되어 있다. 그 이유는 현대 출판물을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저작권에 관한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기 때문에, 저작권에 영향을 받지 않는 과거 자료를 중심으로 정보 서비스를 하게 된 것이다.6) 국립중앙도서관이 과거 자료를 위주로 서비스를 하게 된 데에는 이처럼 불가피한 사유가 있어서지만, 결과적으로 이 도서관은 전근대 자료, 특히 일제시대 자료에 있어서는 한국에서 가장 방대한 규모의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하는 기관이 되었으며, 이 시기의 역사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2-2. 역사 통합 시스템(Integrated Data Systems of Korean Historical Materials)


  한국의 공공 연구 기관들에 의해 구축된 학술 정보 데이터베이스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역사통합정보시스템”(Integrated Data Systems of Korean Historical Materials)이다. 이것은 한국의 역사에 관한 자료를 수록한 데이터베이스로서, 정보통신부의 재정 지원에 의해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서울대 규장각, 민족문화추진회 등 4 개 기관이 공동으로 개발하였다.

  국사편찬위원회는 교육인적자원부에 소속된 정부 기관으로서 한국사 연구 자료를 편찬하는 일을 주 기능으로 삼고 있다. 이 기관은 한국사 연표 데이터베이스(100,341 건), 『국역비변사등록(國譯備邊司謄錄)』 데이터베이스(한글 번역서 24 책, 인명․주제 색인 포함), 『각사등록(各司謄錄)』 데이터베이스(1577-1910, 708 책, 54,154 건), 근현대잡지 데이터베이스(171 책, 9,916 면), 『독립운동가신문조서』 데이터베이스(24 책), 『자료대한민국사』 데이터베이스(1945-1950, 21,442 건) 등 한국의 중세 및 근대화 시기의 역사 자료를 수록한 데이터베이스를 편찬하였다. 국사편찬위원회는 또한 교육인적자원부의 재정 지원을 받아 조선시대 최대 규모의 역사 기록인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의 한문 원문을 수록한 승정원일기 데이터베이스를 개발하고 있다. (http://kuksa.nhcc.go.kr/)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은 한국학에 대해 연구하는 정부 출연 연구 기관이다. 이 기관은 조선시대의 왕실 도서관이었던 장서각에 소장되어 있던 고도서와 고문서 목록과 원문(2,300,000 면)을 수록한 데이터베이스를 비롯하여,  한국문화 화상 자료 데이터베이스, 향토 민속 녹취 자료 데이터베이스, 정신문화연구원에서 편찬한 한국학연구도서 데이터베이스 등을 구축하여 서비스하고 있다. (http://www.aks.ac.kr/)

  규장각은 원래 조선시대에 국립도서관 기능을 수행하던 기관으로 현재는 국립서울대학교에 소속되어 있다. 규장각은 조선시대에 간행된 문집, 백과사전, 법전 등의 고도서, 왕실과 관청에서 작성된 고문서, 고지도의 서지 정보와 해제, 그리고 본문 이미지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여 서비스하고 있다. (http://kyujanggak.snu.ac.kr/)

  민족문화추진회는 한문으로 쓰여진 한국의 고전 문헌을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는 일을 하는 기관이다. 이 기관은 조선시대에 간행된 문집과 역사서의 현대 한국어 번역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책자로 간행되었던 기존 자료를 디지털화 함으로써 전문 검색 기능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연구자들에게 매우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http://www.minchu.or.kr/)

  이 네 기관에서 제작하는 한국사 데이터베이스는 각각의 기관에서 독립적으로 서비스하고 있지만, 사업 계획 수립과 예산 배분을 공동으로 하고 있으며 서비스 시스템 상에서 4 기관의 정보에 대한 연합 검색 기능을 지원하기 때문에 밀접한 네트워킹을 이루고 있으며, 이 점에서 일종의 가상 전자 도서관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http://www.koreanhistory.or.kr)

  역사통합정보시스템은 아직까지 한국사 연구자들이 모두 만족할 만한 수준의 망라적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는 못하고, 정보 검색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는 등 기술적 문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한국사 관련 연구의 생산성을 크게 신장시켰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오늘날 한국에서는 상당수의 한국사 연구자들이 자료를 찾기 위해 도서관을 방문하기에 앞서 컴퓨터를 통해 자료를 조사한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의 정보화 사업을 통해 나타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2-3. 문화 정보 데이터베이스


  한국의 고유한 지식 자원을 수록한 디지털 정보 자원으로서 주목할 만한 것은 문화관광부 산하 기관들에 의해서 구축된 문화 정보 데이터베이스들이다.

  한국의 문화관광부는 문학, 음악, 미술, 무용 등 예술 활동을 지원하고 이것을 중심으로 한 관광 자원을 개발을 지원하는 정부 부처인데, 1990년대 후반부터는 공공 기관에 자금을 지원하여 문화 예술 자원을 디지털 콘텐트로 개발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국의 고유 문화에 관한 정보를 서비스 하는 기관과 정보의 콘텐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문화관광부는 "문화정보서비스"라는 이름으로 한국의 문화 예술, 민속 축제, 문화 시설에 관한 정보(485,128 건)를 서비스하고 있다. (http://www.mct.go.kr/uw3/dispatcher/korea/)

  - 국립중앙박물관은 이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예술작품과 역사 유물에 대해 상세한 정보(146,365 건)를 제공한다. (http://www.museum.go.kr/)

  - 국립국어연구원은 한국어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는 정부 출연 연구소이다. 이 기관은 한국어에 대한 연구 자료와 한국어 사전 데이터(1,228,500 건)를 디지털 정보로 제공한다. (http://korean.go.kr/bbs/pds.html)

  - 국립현대미술관은 이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회화, 조각, 공예 등의 예술 작품에 대한 정보와 한국에서 활동하는 미술가, 한국에서 개최된 미술 전시회에 대한 정보(19,079 건)를 제공하고 있다. (http://www.moca.go.kr)

  - 국립국악원은 한국의 전통음악에 관한 잡지 기사, 도서, 악보, 음향 영상 자료 등(52,724 건)을 제공한다. (http://www.ncktpa.go.kr/info1.htm)

  - 국립민속박물관은 한국의 민속 유물에 대한 설명과 사진 자료, 조사연구 자료(104,616 건)를 제공하고 있다. (http://www.nfm.go.kr/)

-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은 예술 활동에 대한 정부 지원금을 교부하는 것을 주요 기능으로 하는 기관이다. 이 기관은 예술활동과 연극 대본, 문화 예술 영상 자료 등의 정보(207,442 건)를 제공한다. (http://artsonline.or.kr/)

  - 한국문화정책개발원은 한국 정부의 문화 예술정책 자료, 예술 활동에 관한 통계 자료, 북한의 문화 예술에 대한 정보(461,550 건)를 제공한다. (http://www.kcpi.or.kr/front/index.htm)

  - 한국영상자료원은 영화 포스터, 영화 스틸, 시나리오, 음반, 평론, 영화제작자, 만화영화 제작자 정보와 한국 영화에 대한 평론, 논문 등의 정보(395,085 건)를 제공하고 있다. (http://www.koreafilm.or.kr/)

  - 한국문화콘텐트진흥원은 문화 예술을 소재로 한 디지털 콘텐트 제작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이 기관에서 제공한 자금으로 개발된 디지털 문화 콘텐트의 일부를 서비스하고 있다. (http://www.kocca.or.kr/)

  - 문화재청은 한국의 전통 문화 유산에 관한 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기관이다. 이 기관은 국보, 보물, 사적, 기념물, 천연기념물, 무형문화재, 민속자료, 문화재자료 등으로 지정된 각종 문화재에 관한 해설과 사진 자료, 참고 자료를 수록한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서비스 하고 있다. 특히 이 문화재 데이터베이스에는 각각의 문화재에 대한 영문 설명 자료를 포함하고 있어서 한국의 문화 유산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유용한 자료가 되고 있다.(http://www.ocp.go.kr/)

  한국의 문화 예술에 관한 자료와 정보는 이처럼 여러 기관들에 의해 제공되고 있다. 이 기관들은 대체로 문화관광부에 소속되어 있기 때문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 서로 긴밀하게 협력하여 정보의 중복을 피하고 각각 자기 기관의 역할에 부합하는 특색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7)


  3. 민간 학술정보 서비스 사업


  한국의 학술정보 콘텐트의 많은 부분이 정부 주도의 공공사업에 생산되고 있지만, 여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한국 정부 기관의 정보화 사업비에는 전산화 비용만이 포함되어 있을 뿐, 저본에 대한 저작권료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저작권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는 공유 자원만이 공공 정보화 사업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이나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제작한 대부분의 데이터베이스가 저작권이 소멸된 과거의 자료, 또는 따로 저작권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는 정부 간행 자료에 국한되어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의 연구자들에 의해 쓰여지거나 편찬된 저작물을 가지고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일은 민간 기업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민간 기업은 데이터베이스 이용자로부터 정보 사용료를 받기 때문에 정보 자원의 저자에게 저작권 사용료를 지불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한국의 민간  사업자들이 운영하는 정보 데이터베이스는 고급 지식 정보의 유통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국내 자원을 가지고 대규모 데이터베이스를 제작 판매하는 사업은 1995년에 서울시스템주식회사가 『국역조선왕조실록』을 개발 보급함으로써 촉진되었다.  『조선왕조실록』은 1392년 조선왕조의 건국으로부터 1910년 이 왕조가 멸망할 때까지 500여년간의 역사를 상세하게 기록한 방대한 규모의 역사 자료로서 한국 역사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중요한 기록물이었지만 그 양이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그 사료에 대한 접근이 용이하지 않았다.  300 페이지 책 400 권 분량의 조선시대 역사를 한 장의 CD-ROM에 수록한 이 데이터베이스는 불법 복제물에 의해 상업적인 이익을 보지는 못했지만, 수많은 연구자들이 연구 자료로 활용함으로써 디지털 정보 콘텐트가 매우 유용하다는 인식을 널리 확산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현재 한국에서는 서울시스템, 동방S&C, 누리미디어, 한국학술정보 등의 회사들이 한국의 고유한 역사 문화에 관한 데이터베이스를 개발하여 공급하고 있다.

  서울시스템은 『국역조선왕조실록』 데이터베이스를 제작한 이후 2003년까지 8년에 걸쳐서 국사편찬위원회의 연구자들과 협력하여 이 자료의 한문 원전 데이터베이스를 개발하였다.  이 데이터베이스는 『조선왕조실록』의 한문 원문을 입력하고, 중국의 『이십오사(二十五史)』 편찬에 적용하였던 것과 유사한 구두점을 부가하였으며, 인명, 지명, 연호 등의 고유명사에 마크업 기호를 첨가하여, 분석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하였다. 서울시스템은 그 외에도 『고려사』, 『고종-순종실록』 등의 데이터베이스를 개발하여 서비스하고 있는데, 이 데이터베이스에는 한문 원문 텍스트와 현대 한국어 번역문, 고서 원문의 이미지, 용어 해설 등이 수록되어 있다. (http://www.korea5000.com/)

  동방S&C는 한국의 역사 문화, 예술, 자연 등 한국의 고유한 지식 자원에 관해 가장 많은 데이터베이스를 제작 보급하고 있는 회사이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편찬한 『민족문화대백과사전』을 디지털 데이터베이스로 제작한 「EncyKorea」는 이 회사의 대표적인 정보 상품인데, 한국의 역사, 문화, 자연, 산업 등에 관한 70,000개 항목을 수록한 이 전자 백과 사전은 40,000 장의 사진과 3,500 개의 지도와 도표, 500 개의 동영상 클립, 1000 개의 사운드 클립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자료를 포함하고 있다. (http://www.encykorea.com/encykorea/) 동방S&C는 이 외에  역사, 지리, 법률, 문학, 예술 분야의 한국 고전과 조선시대 과거급제자 명부,  『한성순보』 등 옛 신문 잡지 기사를 수록한 160여개의 데이터베이스를 인터넷을 통해 서비스하고 있다. (http://www.koreaa2z.com/)

  누리미디어는 역사, 문학, 민속, 한의학 분야의 고전과 현대 저작물을 수록한 데이터베이스 62 종(http://www.krpia.co.kr/)과 학술 정기간행물 178 종(http://www.dbpia.co.kr/)을 보급하고 있다.

  한국학술정보는 한국 국내에서 간행된 학술잡지의 기사 색인과 본문 이미지 데이터를 제공하는 회사이다. 약 1150개의 학회와 협회에서 정기적으로 간행되는 잡지들을 수집하여 데이터베이스로 제작하여  판매하고 있다. (http://koreanstudies.net/)

  한국의 민간 학술 정보 서비스 사업의 시장은 공공 도서관과 대학 도서관이다.  따라서 이들 회사들은 도서관에 대해 사이트 라이센스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여러 곳의 공공 도서관이 민간 회사의 데이터베이스를 공동으로 구매하는 그룹 라이센스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서 이 데이터베이스의 이용자가 크게 늘어났다.


  4. 전자책(e-Book) 출판


  공공기관과 민간 정보 사업체에서 인터넷을 기반으로 서비스하는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한국에서는 “Web DB”라는 말로 부른다. 이 Web DB가 정보 검색 기능을 위주로 하는 대규모 데이터베이스를 의미하는 데 반해, “전자책(e-Book)”은 데이터 양이 작은 단행본 도서를 전자 문서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지칭한다.

  Web DB와 전자책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전자가 서버에 저장된 데이터베이스를 온라인 상에서 검색하는 것인데 반해, 후자는 서버로부터 전자 콘텐트를 다운로드받아 개인용 PC나 PDA 상에서 열람하는 것이다. 정보 이용자는 전자책을 다운로드받을 때 종이 책 가격의 약 50-70% 정도에 해당하는 비용을 크레디트 카드나 전자 화폐(e-money)로 지불함으로써 그 책의 소유권을 획득한다.

  한국에서 e-Book 서비스가 시작된 것은 1999년부터인데, 해마다 70-80%씩 성장하여 2002년에는 약 700개 출판사에서 간행된 단행본 40,000여 종이 전자책으로 제작되어 서비스되고 있다. 한국에서 전자책 사업을 하는 회사는 북토피아, 바로북, 한국전자북, 드림북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북토피아는 한국의 여러 출판사들이 공동으로 설립한 회사로서 107개 출판사가 주주 회사이고 400개의 다른 출판사들이 협력사로 참여하고 있다.

  Web DB가 주로 전문적인 학술 데이터를 담고 있는데 반해, 전자책은 일반인을 위한 교양도서가 주를 이루고 있다. 다음은 한국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전자책의 유형을 주제별로 분류한 것이다.8)


문학(소설, 수필, 시)

무협, 오락

만화

어린이, 청소년

경제, 경영

외국어, 컴퓨터, 전문서적

13,431

 7,519

 4,570

 3,512

 3,378

 4,819

36.1%

20.2%

12.3%

 9.4%

 9.1%

12.9%

 

37,229

 

 한국의 전자책 시장 규모는 2002년에 약 500억 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 가운데 70% 이상의 매출 공공도서관과 대학 및 초중고 도서관에 대한 판매를 통해 달성되었다. 한국의 도서관 사서들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전자책의 구입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전자책을 구입하면 같은 예산으로 더 많은 책을 살 수 있고, 서고 공간 문제를 염려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전자책 구입 비중을 점점 더 늘려 가고 있는 추세이다.

  2002년 이후 한국의 전자책 서비스는 개인용 컴퓨터뿐 아니라, 휴대용 전화기와 PDA를 이용한 서비스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 한국의 젊은이들은 대부분 컬러 디스플레이 기능을 갖춘 휴대용 전화기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 전화기는 전화 통화보다 문자 메시지 전송과 전자 게임, 정보 검색에 더 많이 이용된다. 신간 베스트 셀러 전자책은 컴퓨터보다 휴대 전화를 통해 더 많이 서비스될 정도로 전자책 서비스의 양상이 바뀌고 있다.


  4. 전자도서관 운영의 문제점과 당면 과제


  최근 수년 동안 학술 분야에서 유통되는 디지털 정보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대됨에 따라 대학이나 연구소에 속한 도서관의 운영 형태도  크게 변화하였다.   도서관 이용자들은 새로운 디지털 정보 상품이 개발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면 자기가 속한 기관에서 신속하게 그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요구한다. 도서관 사서들은 이용자들부터 그러한 요구가 있을 때마다 새로운 정보 상품이 자기 도서관의 네트워크를 통해 이용자들에게 서비스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전자 도서나 디지털 데이터를 구입하고 서비스하는 것은 책이나 마이크로 필름을 획득하고 관리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를 수반한다.

  책이나 다른 올드 미디어 자료의 경우,  도서관은  이용자가 원하는 자료를 통상적인 구매 절차에 따라 입수하고, 그것을  이용자가 열람할 수 있게 하면 된다.  그러나 디지털 자료의 이용 방식은 이와 다르다.   대부분의 디지털 자료는 소유권의 이전이 아니라 이용권의 허락이라는 형태로 제공된다. 즉 디지털 자료는 서비스 사업자로부터 일정기간 동안 그 자료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받는 형식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어느 조직에 속한 사람들이 특정 데이터베이스의 정보를 일정 기간 동안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은 부여하는 것을 "사이트 라이센스"라고  한다. 요즈음에는 데이터베이스 사업자들로부터 유용한 자료의 사이트 라이센스를 구매하는 것이 도서관 사서들의 중요한 업무가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사이트 라이센스의 구매가 도서관 사서들에게 매우 복잡한 문제를 일으킨다.  데이터베이스 이용 방법이 자료의 종류에 따라 상이하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자료 이용의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사서들은 그러한 문제들을 미리 파악하고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외부에서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제공되는 디지털 자료의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중단없이 이루어질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한국에서는 앞에서 언급한 대표적인 데이터베이스 공급 사업자 이외에도 많은 회사들이 학술자료의 디지털 데이터베이스를 제작하여 도서관을 대상으로  판매를 시도하고 있다. 이 분야는 새롭게 열리는 시장이기 때문에 신규 사업자의 진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듯 다양한 사업체로부터 제공되는 다양한 서비스의 질과 회사의 신뢰성을 판단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는 점이다. 상품을 판매한 직후에 회사가 문을 닫음으로써 서비스가 중단되어 버리는 일도 발생한다. 과거에는 도서관 사서들이 구매하고자 하는 자료가 유용한 것인지만 판단하면 됐지만, 이제는 자료의 유용성뿐 아니라  그 자료의 온라인 서비스가 기술적으로 안정적인지, 그 사업체가 향후에도 서비스를 중단하지 않을만큼 건실한 회사인지까지도 판단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들은  도서관 사서들로 하여금 디지털 자료의 도입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정부 지원을 받는 공공 기관이 전자 도서의 품질을 평가하여 기술적인 안정성을 인증하거나, 디지털 데이터에 대한 백업 리포지터리(Backup Repository)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9) 이것은 도서관에 전자도서를 판매하고 하는 사업체가  디지털 데이터의 복제물을  공공 기관이 운영하는 데이터 저장소에 저장해 두도록 하는 것이다. 만일 그 회사가 전자도서를 판매한 후에 서비스를 중단하게 되면, 그 전자도서를 구매한 도서관은  공공 데이터 저장소의 백업 데이터베이스로부터 지속적으로 데이터 서비스를 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KISTI가 운영하는 e-Book Backup Repository Test Bed


  공공 기관의 백업 리포지터리의 운영은  한국의 도서관들이 전자 도서를 보다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 제도의 시행만으로 디지털 데이터베이스의 이용에 관한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정보 사업자들은 경쟁적으로 최신 기술을 도입하여 서비스 형태를 변화시키고 있다.  그러한 변화 추세를 좇아가는 새로운 정보 이용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정보 기술에 대한 고도의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 도서관 사서들이 그와 같은 수준의 고급 정보 기술력을  습득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디지털 정보의 전자적인 이용 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전통적인 도서관 사서의 업무로 보아야 할지, 아니면 별개의 다른 사업으로 보아야 할지에 대해서는 각기 다른 의견들이 서로 상충하고 있다. 중요한 사실은  디지털 정보의 규모가 아무리 폭발적으로 증가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대학이나 연구소의 연구자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지식 자원을 포함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페이퍼 미디어를 포함한 올드 미디어 자원을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관리하는 것은 미래 사회에서도 도서관이 담당해야 할 중요한 기능이다. 또한 그러한 역할을 담당하는 전통적인 도서관 사서들에게 디지털 정보의 관리 책임을 함께 지도록 하는 것은 너무 부담스러운 일임에 분명하다.

  오늘날의 대학이나 연구소에는 정보 기술에 대해 정통한 지식을 기반으로  인터넷 상에서 얻을 수 있는 뉴 미디어 정보 자원을 체계적으로 조직화하여 이용자들의 전자적 지식 활동을 도와 줄 수 있는 전문 조직이 있어야 한다. 기업에서 정보 관리의 책임자가 있듯이 도서관에서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정보 관리 전문가가 필요하며 이러한 사람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라이브러리 운영 전담 부서를 조직하고 육성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10)

[Abstract]


Digital Library Networks and e-Book Publishing in Korea


Hyeon Kim


For today's academic scholars, the computer network not only functions as a means for communication but also as a digital library through which to obtain research materials.  Korea is not an exception from this trend. Public institutions and private companies have been producing various kinds of academic information databases and those digitalized knowledge resources have positive outcomes by enhancing the productivity of studies.  Today, many researchers in Korea search for materials through the Internet before visiting the libraries in person.  This trend is one of the changes brought by the recent digital library construction projects and e-book publishing. The purpose of this article is to introduce Korean public and commercial databases that deal with the traditional culture and history and it should thus be helpful to researchers of Korean studies.


*  이글은 하바드 옌칭 도서관 75주년 기념 컨퍼런스(Books in Numbers, 2003. 10. 17-18) 발표문 “Digital Library Networks and e-Book Publishing in Korea”를 한국어로 옮기고 일부 내용을 보완한 것임.


**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 인문정보학


1) 공공기관에서 정부 재원으로 개발하여 무료로 서비스하는 데이터베이스


2) 민간 회사에서 구축하여 유료로 서비스하는 데이터베이스


3) 『2003 데이터베이스 백서』, 2003. 2.,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센터 p. 21


4) The Development of Broadband Access in OECD Countries, 2001. 10., OECD


5) 한국인들은 이러한 사실을 자동차 도로에 비유하여 “고속도로는 잘 만들어졌으나 운송할 화물이 없다”고 하였다.


6) 국립중앙도서관의 데이터베이스 가운데 콘텐트의 저작권이 보호되어야 하는 ‘학술 단행본 데이터베이스’는 공공 도서관 간의 네트워크(Closed Intranet)를 통해서만 서비스되며 도서관 관내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7) 이 장에서 소개한 각 기관 정보 사이트의 수록 정보량은 2002년말까지 구축된 자료량을 기준으로 하였다.


8) 『전자책 산업 발전 방안에 관한 연구』, 2002. 12., 한국전자출판협회. p. 33


9) 문화관광부의 지원을 받는 한국전자출판협회는 전자책에 대한 품질 인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서는 백업 리포지토리 테스트 베드를 운영하고 있다.



10) 한국에서 한국학 연구의 진흥을 위해 설립된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은 이 기관의 도서관인 장서각과 별도로  한국학 자료의  전자 정보를 생산하고 서비스하기 위한  조직인 한국학정보센터를 설립하였다. 이 두 조직은 한국학 연구 자료를 생산하고 서비스하는 업무를 위해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는데,  올드 미디어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 관리는 주로 장서각 도서관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인터넷 데이터베이스, 전자 책 등 뉴 미디어 데이터를  서비스하는 일과 정신문화연구원의 연구 성과를 디지털 정보로 제작하는 일은 한국학정보센터를 중심으로 수행하고 있다.  장서각 도서관과 한국학 정보센터의 관계는  전통적인 도서관과 전자도서관 사이의 협력과 역할 분담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